천재지변시 휴대폰 먹통때 필수 비상통신망
테트라ㆍ아이덴ㆍ와이브로 등 기술 경합
2013년 구축 돌입… 업체들 수주 경쟁
지난달 26일부터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 일대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강남 지역 일대 기지국 전원이 끊기자, 이동통신 이용자들은 강남지역 피해 상황을 확인하는데 애를 먹어야 했습니다. 연평도 포격사태, 2003년 발생한 대구지하철 화재 등을 통해 비상 사태에서는 휴대폰을 이용한 이동통신이 사실상 무용지물에 가깝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기지국이 살아 있더라도 통화가 폭주하면 트래픽 과부하 때문에 통화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군과 경찰청, 소방방재청, 지방자치단체 등의 경우 이동통신망 외에 자체적으로 비상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통신망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통신방식과 주파수 등이 서로 달라 서로간에 유기적인 협조가 어려운 상황으로, 일본 대지진이나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전쟁 등 전 국가적인 비상사태에 대응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입니다.
통신강국임을 내세우는 한국이 G20 국가 중에 유일하게 비상 상황을 위한 재난 통신망을 현재까지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수차례 제기돼 왔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행정안전부가 사업에 착수, 다양한 기업들이 저마다 가장 적합한 기술 방식을 내세우며 `재난안전무선통신망'(재난안전망) 구축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재난안전망사업 진행경과=정부가 재난안전망 도입을 처음으로 고민했던 때는 지난 2003년입니다. 당시 대구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통합지휘무선통신망'이라는 이름으로 재난용 무선통신 방식인 테트라를 도입해 재난안전망 사업을 시작했지만, 2009년 KDI(한국개발연구원)의 사업타당성 조사 결과 경제성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전면 중단된 바 있습니다.
이후 2010년 다시 한 번 사업 재개 논의가 있었으나 연기된 후, 행안부는 사업자 선정을 위한 제안서를 접수한데 이어, 기술 검증방식까지 확정했습니다. 이는 지난 2003년부터 추진된 사업이 처음으로 실증적인 기술 검증 절차에 들어가며 착수됐다는 의미입니다. 이웃나라 일본 대지진과 중국 쓰촨성 지진을 비롯해 국내에서도 여러 비상사태들이 발생하면서, 재난안전망 사업은 이제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되며, 정부로서도 더 이상을 늦출 수 없다는 판단입니다.
행안부는 한국정보화진흥원(NIA) 주관 하에 오는 9월까지 기술 검증 단계를 거쳐, 12월에는 기술을 확정한 뒤 기술 방식에 따른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2012년에는 예비타당성 조사 및 정보화전략계획을 수립한 뒤 2013년부터는 본격적인 재난안전통신망 구축에 돌입하게 됩니다.
아직 기술검증 단계를 거치고 있지만, 이후 수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사업을 두고 벌써 다양한 업체들이 서로 자신들의 기술방식이 가장 적합하다며 경합을 벌이고 있습니다.
다양한 기술방식 경합=리노스-모토로라의 컨소시엄과 KT네트웍스-케시디안(EADS 자회사)컨소시엄은 각각 `테트라' 단일 기술방식으로 제안서를 제출했습니다. KT파워텔은 아이덴을, KT-삼성전자 컨소시엄은 와이브로를 각각 단일 기술방식으로 제안했습니다. 또한 SK텔레콤은 SK텔레시스, 위다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와이브로와 테트라, CDMA 복합 기술 방식으로 제안서를 제출했습니다.
이 가운데 테트라는 재난관리에 특화된 통신방식임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유럽 지역에서 도입이 확대되고 있는 테트라는 그룹통신, 선별통신, 일제통보, 개별통화, 비상통화 등 재난시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모토로라와 프랑스 방산업체 케세디안이 대표적인 테트라 사업자이며 전 세계 116개국이 테트라를 도입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경기지방경찰청, 대구지방경찰청 등에서 도입해 활용하고 있습니다.
아이덴 기술방식으로 주파수공용통신(TRS)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KT파워텔은 이미 전국적인 TRS망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아이덴은 미국 모토로라가 주도한 무선통신 기술로 그룹, 개별, 비상통화 등의 기능을 제공하며 주로 물류, 운송 등의 산업계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해양경찰청에서 아이덴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와이브로 기술방식은 시스템과 단말기를 해외 사업자에 의존해야 하는 테트라, 아이덴과 달리 국내 독자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현재 와이브로에 재난망의 요구 사항을 반영한 표준화 작업이 진행중인데, 2012년말에 표준화가 완료될 예정입니다. 이외에도 SK텔레콤은 기존 전국망이 이미 구축된 CDMA와 와이드로 등을 게이트웨이로 묶어 재난안전망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입니다..
◇사업추진 둘러싼 논란도=이처럼 속도를 내고 있는 재난안전망사업을 두고 업체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다양한 논란과 의견들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행안부는 RFP에서 재난안전무선통신망에서 요구되는 17가지 필수 기능을 제시했는데, 이 기능들이 모두 테트라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경쟁업체들로부터 제기되고 있습니다. 행안부는 기능은 물론 경제성과 사업성까지 폭넓게 고려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한편,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1월 재난망으로서 상당한 설비가 이미 갖춰진 테트라 기술을 중심으로 하되, 특정한 방식에만 사업권을 몰아 주기 보다는 세 기술방식 간 게이트웨이를 활용해 연동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박지성기자 jspark@
▶박지성기자의 블로그 : http://blog.dt.co.kr/blog/?mb_id=js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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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구축 돌입… 업체들 수주 경쟁
지난달 26일부터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 일대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강남 지역 일대 기지국 전원이 끊기자, 이동통신 이용자들은 강남지역 피해 상황을 확인하는데 애를 먹어야 했습니다. 연평도 포격사태, 2003년 발생한 대구지하철 화재 등을 통해 비상 사태에서는 휴대폰을 이용한 이동통신이 사실상 무용지물에 가깝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기지국이 살아 있더라도 통화가 폭주하면 트래픽 과부하 때문에 통화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군과 경찰청, 소방방재청, 지방자치단체 등의 경우 이동통신망 외에 자체적으로 비상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통신망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통신방식과 주파수 등이 서로 달라 서로간에 유기적인 협조가 어려운 상황으로, 일본 대지진이나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전쟁 등 전 국가적인 비상사태에 대응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입니다.
통신강국임을 내세우는 한국이 G20 국가 중에 유일하게 비상 상황을 위한 재난 통신망을 현재까지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수차례 제기돼 왔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행정안전부가 사업에 착수, 다양한 기업들이 저마다 가장 적합한 기술 방식을 내세우며 `재난안전무선통신망'(재난안전망) 구축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재난안전망사업 진행경과=정부가 재난안전망 도입을 처음으로 고민했던 때는 지난 2003년입니다. 당시 대구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통합지휘무선통신망'이라는 이름으로 재난용 무선통신 방식인 테트라를 도입해 재난안전망 사업을 시작했지만, 2009년 KDI(한국개발연구원)의 사업타당성 조사 결과 경제성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전면 중단된 바 있습니다.
이후 2010년 다시 한 번 사업 재개 논의가 있었으나 연기된 후, 행안부는 사업자 선정을 위한 제안서를 접수한데 이어, 기술 검증방식까지 확정했습니다. 이는 지난 2003년부터 추진된 사업이 처음으로 실증적인 기술 검증 절차에 들어가며 착수됐다는 의미입니다. 이웃나라 일본 대지진과 중국 쓰촨성 지진을 비롯해 국내에서도 여러 비상사태들이 발생하면서, 재난안전망 사업은 이제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되며, 정부로서도 더 이상을 늦출 수 없다는 판단입니다.
행안부는 한국정보화진흥원(NIA) 주관 하에 오는 9월까지 기술 검증 단계를 거쳐, 12월에는 기술을 확정한 뒤 기술 방식에 따른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2012년에는 예비타당성 조사 및 정보화전략계획을 수립한 뒤 2013년부터는 본격적인 재난안전통신망 구축에 돌입하게 됩니다.
아직 기술검증 단계를 거치고 있지만, 이후 수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사업을 두고 벌써 다양한 업체들이 서로 자신들의 기술방식이 가장 적합하다며 경합을 벌이고 있습니다.
다양한 기술방식 경합=리노스-모토로라의 컨소시엄과 KT네트웍스-케시디안(EADS 자회사)컨소시엄은 각각 `테트라' 단일 기술방식으로 제안서를 제출했습니다. KT파워텔은 아이덴을, KT-삼성전자 컨소시엄은 와이브로를 각각 단일 기술방식으로 제안했습니다. 또한 SK텔레콤은 SK텔레시스, 위다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와이브로와 테트라, CDMA 복합 기술 방식으로 제안서를 제출했습니다.
이 가운데 테트라는 재난관리에 특화된 통신방식임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유럽 지역에서 도입이 확대되고 있는 테트라는 그룹통신, 선별통신, 일제통보, 개별통화, 비상통화 등 재난시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모토로라와 프랑스 방산업체 케세디안이 대표적인 테트라 사업자이며 전 세계 116개국이 테트라를 도입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경기지방경찰청, 대구지방경찰청 등에서 도입해 활용하고 있습니다.
아이덴 기술방식으로 주파수공용통신(TRS)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KT파워텔은 이미 전국적인 TRS망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아이덴은 미국 모토로라가 주도한 무선통신 기술로 그룹, 개별, 비상통화 등의 기능을 제공하며 주로 물류, 운송 등의 산업계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해양경찰청에서 아이덴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와이브로 기술방식은 시스템과 단말기를 해외 사업자에 의존해야 하는 테트라, 아이덴과 달리 국내 독자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현재 와이브로에 재난망의 요구 사항을 반영한 표준화 작업이 진행중인데, 2012년말에 표준화가 완료될 예정입니다. 이외에도 SK텔레콤은 기존 전국망이 이미 구축된 CDMA와 와이드로 등을 게이트웨이로 묶어 재난안전망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입니다..
◇사업추진 둘러싼 논란도=이처럼 속도를 내고 있는 재난안전망사업을 두고 업체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다양한 논란과 의견들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행안부는 RFP에서 재난안전무선통신망에서 요구되는 17가지 필수 기능을 제시했는데, 이 기능들이 모두 테트라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경쟁업체들로부터 제기되고 있습니다. 행안부는 기능은 물론 경제성과 사업성까지 폭넓게 고려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한편,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1월 재난망으로서 상당한 설비가 이미 갖춰진 테트라 기술을 중심으로 하되, 특정한 방식에만 사업권을 몰아 주기 보다는 세 기술방식 간 게이트웨이를 활용해 연동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박지성기자 js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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